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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퇴사 및 이직이 결정되면서, 지금까지 커리어를 정리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저와 비슷하신 분들도, 그렇지 않은 분들도 계시겠지만, 커리어 상승을 꿈꾸는 분들께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 최대한 솔직하게 작성할 예정입니다.
본 편은 실질적인 커리어와는 관련이 없는 학창시절 내용입니다.

예고에 가기까지

중학교 1~2학년까지는 반에서 10등 안에는 드는 평범한 성적을 가진 학생이었습니다. 중학교 2학년 말부터 학원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성적이 급상승하였고 3학년 때 드디어 전교권이라고 말할 수 있는 성적을 받게 되었습니다.

공부를 열심히하긴 했지만 학원 잠깐 다녔다고 전교권이 되어버리니 금방 자만심에 빠졌고,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취미로 배웠던 클래식 기타 연주를 이용해 학교 축제에도 나가고, 이후에 밴드부도 하게 되면서 자잘한 인기(?)를 얻어 거기에 심취해 공부에 소홀해지게 되었습니다.

학원에서는 과고반에 해당하는 성적이었으나, 그 당시에는 기타와 인기가 더 좋았고, 성적이 떨어지면서 과고에서 외고로, 외고에서 예고로 목표 및 진로를 수정하게 되었습니다. 3학년 2학기때부터는 본격적으로 예고 입시과외를 시작했고(이 때부터 집안의 기둥을 하나씩 뽑기 시작) 입시 과외비가 현금 지불이고 금액도 꽤 되었기에 어린 저에겐 큰 유혹으로 다가와 가끔씩 밴드부 연습을 핑계로 입시 과외비를 삥땅쳐가면서 준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재능충이었던 저는 다행히(?) 예고에 합격하였습니다.

예고에 진학한 이후에는 성적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악기 전공자(미술 전공이거나 작곡 전공인 경우 성적도 중요)이다보니 공부와 더 멀어졌고, 성적을 신경 안 쓰는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자연스럽게 안 좋은 행위들도 많이 접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인문계로

종교적으로도 맞지 않는 학교였고, 그 안에서 비리를 목격하고, 폭력에 노출(예체능 특유의 기강잡기)되면서 악기에도 금방 흥미를 잃어버려 한학기만에 자퇴를 하게 되었습니다. 입학 전에는 그렇게 좋았던 기타연주가 전공이 되어버리고 하루 최소 4시간씩 연주해야하다보니 너무 재미없었고, 학교 내에서도 사건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했기 때문에 더 다니는 것이 의미 없다고 판단하여 부모님과 함께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자퇴라는 말이 어떻게 보면 극단적으로 보일 수 있는데, 특목고에서 일반고로 전학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자퇴라는 절차를 밟은 것 뿐이고, 집 근처 인문계에 다시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운 좋게도 중학교 때 부랄친구와 같은 반이 되었고, 같은 중학교에서 올라온 친구들도 다수 있어 적응 기간이 필요 없었고, 공부와 멀어졌던 저는 시험기간에만 대충 공부를 하면서 평소에는 게임에 열중하는 평범한(?) 학생 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에도 공부를 했다가 게임을 했다가 성적이 30등 대에서 10등대까지 왔다갔다하면서, 그 당시 두발 제한(고3 2학기 때 두발완화가 되었읍니다.. 아직 틀니는 착용하지 않습니다)이 없는 직업반에 들어가 미용을 전공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그 당시에는 머리를 기르고 멋을 부리는 게 공부보다 더 좋았고, 친구들 고데기 해주고 왁스 발라주면서 칭찬을 많이 받아 미용에 재능이 있다고 착각하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생각인 거 같습니다.

고2때부터 문이과가 나눠지는데 수학을 좋아했던 저는 이과를 선택하였고, 그 이후에도 성적이 롤러코스터를 타다가 운 좋게 반 5등을 한 번 경험한 이후로, 어머니의 아주아주 간절한 설득으로 직업반을 가지 않고 다시 공부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고2 겨울방학 때 학원에 다시 다니게 되었는데 그 때 당시 일명 꼴반(입학 시험 기준으로 나눴을 때 꼴지반)에 배정받을 정도로 성적이 좋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용케도(?) 고3 첫 모의고사 때 수리 1등급을 받으며(범위가 집합까지라서) 같은 반이었던 전교 1등을 이기는 쾌거를 이루었고 또 자만심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게임, 그리고 재수

게임에도 조예가 깊던 저는 스타크래프트 팀플 유저로 그 당시 약 3천승 1천패의 전적을 가지고 있는 쌉고수(?)였고, 공부를 잘하는 것보다 게임을 잘하는 게 중요했던 학생이었습니다. 겨우 고3 때 마음을 잡고 공부하려는 시점에 워크래프트 유즈맵인 카오스라는 게임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으로 따지면 고3 때 처음 롤을 접한 거겠죠? 참고로 전 롤은 하지 않습니다) 마침 6월 모의고사도 조졌고, 카오스가 너무 재밌어서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면서 스스로 재수를 결심하였습니다.

 

그렇게 카오스 고수가 되었지만 성적은 다시 곤두박질치던 어느 날, 어머니께 재수를 통보하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집안 사정도 하나도 생각 안 하고, 제 멋대로 군 저를 찾아가서 뚜까패고 싶은 심정인데요, 그 만큼 게임이 너무 좋아 절제를 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저의 이런 성향을 잘 아시는 어머니께서는 일단 수능까지는 최선을 다 해보고 그 성적에 맞는 대학을 가라고 하셨습니다.

 

수능 끝나고 학교에서 대학교 투어를 경기도에 있는 전문대로 가게되었는데, 대학교를 처음 가 본 저는 캠퍼스가 너무 이뻐서(지금 생각하면 아주 작고 또 아주 작지만) 어머니께 그 대학을 가겠다고 하였습니다. 생각이라는 게 아예 없었던 거 같네요. 어머니는 그 대학보다는 차라리 이름있는 대학의 지방캠이라도 가라고 하셨고 수능 때 평균 6.14등급을 받은 저는 당연히 지방캠도 떨어졌고 재수에 돌입하게 되었습니다.

기숙 학원

집에서 독학을 생각했었는데, 게임을 좋아하고 친구를 좋아하는 저의 성향을 아시는 어머니께서 기숙학원에 감금하셨습니다. 15년도 더 전인데 그 당시 한 달 원비가 200만원이 넘었는데도, 저의 가능성 하나만 보고 무리해서 학원에 보내주셨고, 이 때 제가 또 집안의 기둥을 몇 개 더 뽑는 불효를 저지르게 되었습니다만 그 당시에는 잘 알지 못했습니다.

 

어렵게 간 학원이지만, 처음에 또 적응하지 못해서 탈출 시도도 했었고, 몰래 핸드폰을 반입하여 퇴소하겠다고 어머니에게 수 차례 문자하였으나 소지품 검사 때 숨겨둔 핸드폰을 빼앗기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제가 어머니한테 연락한 날 어머니께서 학원에 아들이 폰을 가지고 들어갔다고 신고했다고 합니다.)

 

룸메이트와 친해지면서 학원생활에 적응하기 시작하였고, 적응하고나니 또 공부는 안 하고 몰래 PMP를 반입하여 무협소설로 언어영역을 대체하고, 체력 단련 시간에 야구 동영상(?)을 친구들과 돌려보기도 하고, 몇 안 되는 유흥 거리인 탁구에 열중하며 시간을 축내다 보니 어느덧 수능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기숙학원에서 100일 남았을 때 상에 돼지머리 두고 줄서서 고사를 지냈는데 전 종교가 있어서 참여하진 않았지만 그 때 정신을 차리게 되었습니다. '아! 내가 제대로 안 하면 내년애도 저 돼지머리를 또 보겠구나!'

 

그 이후로, 선택과 집중을 하여 언어는 포기하고 제가 가고싶은 대학에서 주요하게 보는 과목 위주로 공부를 하였고, 퇴소 전까지 심자(심야 자율학습의 약자로 수업이 모두 끝나고나서 2시간 정도 남아서 자습)를 빼먹지 않고 참여하였습니다. 그 때 당시 월반하여 성적도 비슷하고 성격도 비슷한 친구를 만났고, 서로를 라이벌 삼아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정말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수능 1~2주 전에 퇴소하였고, 나머지 기간동안 오답노트를 공부하고 컨디션 조절을 하면서 지냈고, 대망의 수능 날, 과민성 대장증후군으로  컨디션 조절이 의미 없어진 저는, 문이 제대로 잠기지 않는 남고 화장실에서 누가 열까봐 문고리를 잡고 볼 일을 보고, 그 충격으로 과탐을 조졌음에도 불구하고 평균 6.14등급에서 2.85등급으로 비약적인 상승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학원 전체에서 가장 많이 상승한 사람이 바로 저였습니다😎)

 

제가 잘 했다기 보다는 어머니께서 제가 공부를 끝까지 놓지 않게 항상 설득해주셨고 아버지께서 집안 사정이 넉넉치 않았음에도 지원해주신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부모님을 둔 덕분에 대다수가 실패하는 재수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재수를 경험해보신 분들은 공감하실만한 내용인데 '1년만 더 하면 서울대 가겠는데?'라는 생각을 했으나 어머니께서 제지해주신 덕분에 삼수는 하지 않았습니다.

공대 입학

수능 성적이 엄청 빼어난 편은 아니었지만, 입시 전문가와 상담했을 때 부모님이 원하는 대학에는 아주 무난하게 입학할 거라고 예상이 되었었고(언, 수, 외만 보는 대학이라), 혹시 몰라 차선으로는 제가 가고싶은 대학(수, 외, 탐만 보는 대학)의 컴퓨터 관련 학과를 지원하였습니다.

 

보통 남자가 컴퓨터 관련 과를 지원했다고 하면, 그 당시에는 게임을 좋아하거나, 게임을 좋아하거나, 게임을 좋아하는경우가 많았습니다. 지금은 애초에 개발자를 꿈으로 삼고 고등학교 때부터 코딩도 배우고 한다지만, 예전엔 데몬툴즈 이용해서 공CD에 구울 줄 알고(스타 립버전), 치트 오메틱, 헥사 에디터 써서 싱글 게임 에디트 할 줄 알고, 포맷, 윈도우 설치를 할 줄 알고, 작업 관리자에서 시작프로그램 정리해서 부팅 최적화 할 줄 알면 주변에서 컴퓨터 도사라고 치켜세워주고 그랬습니다. 컴퓨터 도사였던 저는, 이러한 연유로 고민도 하지 않고 컴퓨터 관련 학과를 선택했습니다.

 

며칠 뒤 제가 가고싶었던 대학에서 합격이라고 연락이 왔고, "엄마! 저 xx대 합격이래요!" 했는데 "그래~"라는 무성의한 답을 받았습니다. (어미니께서는 정말 다른 대학에 입학하길 바라셨던 거 같습니다😅) 그리고 부모님이 원하셨던 대학에는 결국 떨어졌는데, 그 당시 집에 유선전화로 합격(또는 추가 합격)을 통보해주던 시스템이었는데, 어머니께서는 전화를 한 번 못받은 적이 있는데 그게 추가합격 전화였을 거 같다며 아쉬워하셨습니다. 이것도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부모님께서 원하시는 대학은 입결은 낮지만 종교적인 이유로 서울대 붙고도 포기하고 오는 대학이다보니 제 성적으론 "어림도 없지!" 였습니다.

 

그렇게 제가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게 되었으나 또 한 번 롤러코스터를 타게 되는데..

 

이후 내용은 다음 포스팅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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