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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medium.com/lemonbase/developer-imposter-syndrome-153f4d94c5d8

 

Developer Imposter Syndrome

Imposter Syndrome을 겪고 계신 많은 분께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글을 작성합니다.

medium.com

 

위 글을 읽고 얼마 전 시니어 개발자 분들과 이야기를 나눈 것이 생각 났습니다.

 

최근에 입사한 주니어 분들의 실력이 너무 뛰어나다고 칭찬하면서 '라떼는~'을 한창 시전하고 있었습니다. Git은 커녕 CSV와 SVN을 이용해 형상관리를 하다가 삽질했던 경험, 스프링이라는 존재 자체를 모르고 살다가 첫 이직을 준비하면서 부랴부랴 스터디를 했던 경험, JPA 대신 MyBatis를 사용하거나 직접 데이터베이스를 다루는 기능을 구현했던 경험, CI/CD가 뭔지 모르던 시절 이클립스에서 직접 jar 파일을 생성해서 FTP를 이용해 업로드하고 SSH로 서버를 관리했던 경험 등을 웃으면서 공유하다가 요즘 주니어분들은 최신 기술로 무장했을 뿐만 아니라 개발 실력 자체는 크게 차이가 안 나는 거 같다고 자조섞인 농담을 주고받고 있었습니다.

 

저 연차에 저만큼 알았다면 지금 얼마나 더 연봉을 많이 받고있을지, 흔히 말하는 네카라쿠배 순회공연을 마치고 가고싶은 스타트업으로 연봉 뻥튀기해서 가는 건 아닌지 실없는 이야기를 하다가 누군가 가면 증후군과 관련된 내용의 스타트를 끊었던 거 같습니다. (아마도 저일듯?)

 

먼저 위 글을 읽기 싫은 분을 위해 가면 증후군에 대한 부분만 발췌하였습니다.

 

가면현상
(假面現像, IP:imposter phenomenon)은 회사의 중역이나 의사, 변호사 등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지위나 신분에 이르렀으면서도 끊임없이 ‘이것은 나의 참모습이 아니다. 언제 가면이 벗겨질지 모른다’는 등의 망상으로 괴로워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이 현상은 경제적인 부분이나 정서적 공감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정의 자체는 저렇게 적혀있지만 현실적으로 제가 체감하는 부분은 '내가 시니어 개발자라고 불릴 자격이 있을까? 주니어 개발자들과 별로 차이가 안 나는 거 같은데 따라잡히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내 실력이 뽀록나면 어떻게 하지?'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이런 내용을 시니어 개발자 분들과 나눴을 때 다른 개발자들도 모두 똑같이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제 눈에는 한참 선배로 보이는 분들부터 연차가 저보다는 적지만 굉장히 꼼꼼하게 일을 잘 처리한다고 생각되었던 분들까지 단 한 명도 빠지지 않고 모두요. 엄청 뛰어나보이는 동료들도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게 어떤 면으로는 위안이 되었습니다. (심지어 위 글에서는 구글, 아마존 등 최고의 IT 기업 개발자들의 62%가 겪고 있다고 하니 더더욱 위안이 되겠죠?)

 

위 링크의 글에 따르면 개발자의 경우 가면 증후군을 더 겪기 쉽다고 합니다. 저도 여기에 겪하게 공감을 하는데, 모든 직업이 공부를 계속 해야하고 자기 계발 또한 필수이지만 개발자가 유독 두드러지는 부분이 있고(이것 때문에 블라인드 어그로도 엄청 끌리더군요), 항상 주변에서 뛰어난 동료들을 볼 수 있고, 이직이 잦아 다양한 경험을 서로 겹치지 않게 하는 부분이 많이 있는 거 같습니다.

 

특히 제가 경험하지 못한 것을 다른 사람이 경험했을 때, '나는 왜 아직도 이런 걸 모를까' 하고 자책했던 적이 많이 있는데, 반대로 제가 경험했지만 상대가 경험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조언해준 것은 금방 잊혀지는 거 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주로, 갓 시니어가 되었을 때 더욱 심하게 느끼는 거 같습니다. 주변의 기대가 온 몸으로 느껴지고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머리를 지배할 때 주변의 뛰어난 동료들을 보면서 자신을 채찍질 하거나 아니면 들키질 않길 조마조마해 하거나 하는 마음들이 생기는 거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CTO나 개발 리드를 맡고 있는 분들을 보면 참 대단한 거 같네요 😅 벼는 갈 수록 고개를 숙인다는데 겸손해 지는 것인지 아니면 실제 실력에 자신이 없어지는 것인지 헷갈릴 때도 있습니다.

 

회사에서 백엔드 개발자끼리 위클리하는 시간이 있는데, 그 때 화두를 던지고 주도적으로 이야기하는 분들은 대부분 시니어 개발자들이고, 저도 그 중 한 명이긴 합니다. 그렇게 참여하는 모습을 주니어 개발자들이 봤을 때는 '와 역시 경험이 많고 잘 하는 구나'하고 제 스스로 체감하거나 느낀적이 별로 없었는데, 어느 날은 한 개발자 분이 DM으로 비슷한 말을 해줬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하던대로 했지만 저보다 경험이 없는 개발자에겐 영감을 줄 수 있었구나 하고 뿌듯해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또, 제 스스로는 성장이 거의 멈췄다고 생각하는 시점에서 제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서 칭찬을 들었을 때 그래도 그동안 해 온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구나 하면서 위안을 삼은 적도 있습니다.

 

사실 시니어 개발자와 주니어 개발자의 가장 큰 차이는 이전 포스팅에서도 적은 적이 있지만 개발 실력이 아닌 경험 차이 입니다. 경험의 양보다 질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최근 주니어 개발자들의 경험의 질은 매우 훌륭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니어 개발자들이 사회 초년생 때 겪었던 그 경험들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최신 기술을 대할 때든, 회사에 중요한 기술을 도입해야 할 때든 분명 그 경험이 빛을 발할 날이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앞으로도 양적으로든 질적으로든 경험을 쌓으며 성장할 개발자들에게, 이미 가면 증후군을 겪었고, 겪고 있고, 겪게 될 개발자들에게 모두 잘 해왔고, 잘 하고 있고, 잘 할 것이라고 이야기 해 주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개발자 분들 모두 화이팅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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